공공PR의 실적

벌써 작년 말, 그러니까 지난 주, 2025년 하반기에 진행한 보건복지부 사업의 결과 공유 회의가 있었다. 우리는 이번에 어떤 홍보를 했고, 뭘 잘했다고 생각하며, 뭐가 아쉬웠다라고 솔직한 내용을 차분히 발표했다. 곧 이어진 의견 개진 시간, 어느 홍보 팀장님이 마이크를 쥐셨다.

“제가 민간 쪽에도 공공에서도 다 일을 해봤기 때문에 다 알아요. 왜 프로그램에 퍼포먼스마케팅은 없죠? 타겟팅, 제휴해서 전환율 높이면 다 되는 것 아닌가요?”

하아, 잠시 멍했다. 퍼포먼스마케팅? 사각지대 없이 정책을 알리는 목적에 전환? 이 분이 정말 다 아는 걸까, 내가 아직도 모르는 걸까? 공공PR은 마케팅이 아니다. PR의 본질은 장기적 신뢰 구축이지, ‘전환율’이라는 상업적 지표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간 욱했지만, 성질대로 답했다간, 다음 입찰에도 영향이 있을지 모르니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 우리는 커뮤니케이터가 아닌가? 어떻게 긍정적인 방식으로 답을 할까 숨을 고르는 와중에 구세주처럼 어느 분이 마이크를 쥐셔서 상황은 비켜갔다. 휴우, 큰 숨을 쉬며 회의는 마쳤으나, 나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계속 그 질문을 곱씹고 있다.

머릿속에서 그 질문이 떠나지 않는 것은 사실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영역이라고 어떻게 실적의 압박이 없겠는가!

‘신뢰’라는 말 뒤로 숨을 수 없는 이유

공공PR에서 집행하는 비용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도 아니고, 누군가의 후원금도 아닌 국민이 땀 흘려 낸 ‘세금’이다. 기업은 자기 돈으로 마케팅을 실패하면 그만이지만, 공공 홍보에서 예산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것은 더욱 크나큰 책임의 방기이다.

현장의 공무원들이 “그래서 올해 실적이 어떤가요?”라고 묻는 것은 당연한 ‘책임’의 표현이다. “PR은 장기적인 신뢰 확보가 중요합니다”라는 교과서적인 답변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 확보가 관건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그 신뢰도의 변화를 측정해야 하고, 효과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숫자로 측정할 것인가’다.

마케팅의 ‘효율성’과 공공의 ‘형평성’


퍼포먼스 마케팅은 명확한 목표가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전환.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쓴다

– 클릭당 비용(CPC)을 낮추기 위해 반응 좋은 젊은 층에 집중
– 가입 확률 높은 이미 인지도 있는 집단에 리타게팅
– A/B 테스트로 전환율 높은 메시지만 살리기

이렇게 하면 보고서는 화려하다. “1만 유입, 1천 전환, CPA 5천원 달성.” 하지만 정작 복지가 절실한 저소득층, 고령층은 그 타겟팅에 안 잡힌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고, 클릭률도 낮고, 전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쉽게 대비를 시키면 이렇다.

– 마케팅의 실적: 1,000명에게 노출해 100명 전환 (효율 10%)
– 공공PR의 실적: 10,000명에게 닿지 않던 사각지대 1명을 찾아내는 것 (형평성)

퍼포먼스는 필요하다, 다만 누구를 위한 퍼포먼스인가


그 홍팀장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퍼포먼스 마케팅이 없나요?”
대답은 이렇다 “우리에게도 퍼포먼스(실적)는 있습니다. 다만 그 실적이 자본의 수치로 환산되는 ‘마케팅’의 기준이 아닐 뿐입니다.”

공공PR의 실적은

가장 많은 사람을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닿는 것

세금으로 집행하는 만큼, 우리는 더 깐깐하게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 효과의 기준이 ‘시장의 효율성’이어서는 안 된다. ‘공공의 형평성’이어야 한다.숫자는 필요하다. 다만 어떤 숫자를 채울 것인가의 문제다.

그럼 어떻게 신뢰와 형평성의 수치를 달성할 것인가. 그 문제를 푸는 것이, 앞으로도 치열하게 달성해야 할 나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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