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 모두가 뚜렷하게 새해 새 소망을 품는 날, 서울의 쓰레기는 오히려 갈 곳을 잃었다.
올해부터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땅에 묻는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태워지거나, 재활용되거나 혹은 전혀 다른 대안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서울은 준비되었는가? 데이터로 알아보았다.
2023년, 서울 쓰레기의 행방
서울에서 쏟아지는 생활폐기물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처리될까? 가장 최근 발표된 2023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 일일 발생량: 10,426.9톤
- 재활용: 6,544.7톤 (62.8%)
- 소각: 2,423.0톤 (23.2%)
- 매립: 729.8톤 (7.0%)
출처: 환경부,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2023)
서울은 이미 발생량의 60% 이상 재활용하는 자원순환계 모범도시다. 문제는 그간 땅에 묻어온 7% 비율의 쓰레기다. 비율상 크지 않은 것 같지만, 무려 730톤에 해당한다. 10톤 트럭 73대에 해당하는 쓰레기,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30년의 기록, ‘희생의 종말’
사실 ‘직매립 금지’는 갑자기 떨어진 벼락이 아니다. 지난 3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서울은 꾸준히 매립을 줄이고 소각을 늘려왔다.
- 매립량의 변화: 1995년 하루 65,749톤 → 2023년 21,518톤 (급격한 감소)
- 소각량의 변화: 같은 기간 소각 처리량 3배 이상 증가 (7,613톤 → 24,695톤)
출처: 환경부,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각 연도
하지만 이 수치 뒤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그동안 서울의 쓰레기는 인천의 매립지로 향했다. 인천 지역은 수십 년간 악취와 소음, 먼지를 견디며 서울의 뒷마당 역할을 해왔던 것.
매일같이 쏟아지는 쓰레기 아래서 땅의 오염도는 임계치에 다다랐고, 인천 시민들은 정당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결국 ‘탈(脫) 매립’은 행정적 선택이 아니라, 지역 간 불평등과 죽어가는 땅의 비명에 대한 ‘환경적인 응답’의 방법이었던 셈이다.
마포구 소각장 이슈, 단순한 ‘님비(NIMBY)’일까?

서울시는 부족한 소각 용량을 채우기 위해 마포구 내 제 2의 소각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주민의 강력한 항의를 한 것은 물론,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걸어 결국 승소했다. (시민의 힘과 목소리가 이렇게 강력허다!) 내가 이 쓰레기 대란 및 처리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게 된 계기 역시 당장 내 집 앞의 문제, 내 건강권이 걸린 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마포구 주민의 반대에는 단순한 심리적 반발을 넘어, 데이터로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 마포구의 소각 분담률: 일일 발생량(370.7톤)의 32.2%를 이미 소각 처리 중
- 서울시 평균과의 격차: 서울시 전체 평균 소각률(23.2%)을 훨씬 상회
최근 입지결정 처분 취소 판결은 이러한 ‘데이터적 형평성’과 ‘절차적 정의’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특정 지역에 누적된 환경 부하를 어떻게 공정하게 분산할 것인가가 정책의 핵심 과제다.
데이터가 제시하는 미래: ‘더 많이 태우기’보다 ‘더 적게 버리기’
쓰레기 대란에 대해 유난히 관심을 가졌던 나는, 새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는 건 아닌가, 홍대 거리 곳곳에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가 무더기로 방치되는 건 아닌가 내심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대체 어떤 마법을 쓴 걸까?
마법은 없었다, 희생이 전가됐을 뿐.
기사를 찾아보니, 서울 강동구는 세종시와 충남 천안 소재 민간 소각장 두 곳에, 강남구는 충북 청주시, 금천구는 충남 공주·서산시 등의 민간업체에 쓰레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마포구는 연 40일 정도인 공공 소각장 정비 기간에 나오는 쓰레기를 강원 원주시 민간 소각장에 보내기로 했단다! 이미 수도권 산업폐기물 등을 떠안아 처리해오던 충정, 강원 지역 주민은 이제 서울 사람들이 먹고 쓰고 버린 쓰레기가 떠안은 셈이다.
마포구 주민으로서, 우리 집앞의 소각장 건립 반대에 앞장서 서명까지 했던 나는, 내가 버린 쓰레기도 결국 남의 집에서 처리하게 됐다는 뉴스에 아연실색하였다.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했던 모습이 부끄럽다.
정리하자면, 서울의 상황은 “우리 집 화장실을 새로 짓는 문제를 두고 가족끼리 소송을 벌이고, 매일 비싼 비용을 내면서 먼 이웃집 화장실을 빌려 쓰고 있는 형편”과 같다.
언제까지 이웃의 희생과 돈으로 대란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물을 줄이는 지혜로운 습관’과 ‘투명한 소통을 통한 합의’뿐이다. 데이터의 경고는 섬뜩하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가 버린 730톤의 쓰레기는 결국 우리 앞마당에 도로 쌓이게 될 것이다.